꽃이 졌다고 너를 잊은 적은 없다
작성자 이은순

보고 싶은 진수에게

진수야~!

오랜만에 엄마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


사실 엄마는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하면 마음속에 있는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자꾸 미루게 되더라.


오늘은 지난해 너의 1주기 추모식 사진을 다시 보았어.

현충관 앞에 걸린 네 이름을 한참 바라보는데,
그날의 공기와 사람들의 목소리,
너를 위해 불렀던 노래가 다시 떠올랐어.


많은 분들이 너를 기억해 주셨고,
엄마 아빠와 동생들도 네 이름을 함께 불렀지.

그런데 아무리 많은 사람이 네 이름을 불러도
엄마에게 너는 여전히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아들이야...


진수야.

네가 떠난 뒤 엄마는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견뎠는지,
왜 그렇게 힘든 자리에 홀로 서 있어야 했는지,
국가는 너를 제대로 준비시키고 보호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기록을 읽고 또 읽었어.


때로는 너무 지치고,
아무리 말해도 세상이 듣지 않는 것 같아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어

하지만 너의 이름 앞에 잘못 남겨진 이야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는 멈출수가 없었어.


엄마는 네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아.


낯선 임무를 맡고도 하나씩 배우려고 했고,
동료들과 함께 웃었고,

시간이 되는 데로 사막을 달리며, 배구대회와 마라톤을 준비했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잘해 내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사람이었지.


엄마는 그런 너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짧은 결론이 아니라,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던 한 젊은 장교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게 하고 싶어.


진수야.

엄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엄마가 너의 명예를 지켜 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너의 편에 서 있을 거라는 것을
진수 너도 알고 있지?


요즘 엄마는 문득
네가 엄마를 걱정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엄마가 너무 아파하고, 너무 힘들어할까 봐
네가 그곳에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러니 진수야,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는 울면서도 다시 일어날 거고,
힘든 순간에도 다시 자료를 펼칠 거야.
네 동생들과 아빠를 챙기며 앞으로 잘 살아갈 테니까...


엄마가 웃는 날에도 너를 잊은 것이 아니고,
잠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순간에도
네가 엄마 마음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야.


너는 언제나 우리 가족의 큰아들이고,
엄마의 자랑이며, 영웅이고,
엄마가 평생 사랑할 아들일 거야


보고 싶다, 진수야.

한 번만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한 번만 네 얼굴을 만질 수 있다면,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꼭 말해 주고 싶구나.


그곳에서는 부디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렴.

엄마는 여기서
네 이름과 삶이 온전히 기억되는 그날까지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걸어갈께....

사랑한다, 우리 아들.

많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2026년 8월 어느 늦은 밤
영원히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